필름바구니

제주의 노래 I (2019 버전)

제작 기간

2019년 11월 ~ 2022년 11월 (돌문화공원 작품까지).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여러 작업 단계에 걸쳐서 완성이 변모되었다.

  1.  2019년 11월 버전
  2.  2021년 11월 May It Be 버전 (훗날 영상만 발췌되어 2022년 설문대할망 버전이 된다)
  3.  2022년 11월 버전 (돌문화공원을 위한 설문대할망 버전)

장비

소니 A7S3, 짐벌 크레인 2(추측)

노래의 시작_2017년 9월 1일

이 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우선 첫 작곡파일의 날짜를 확인해보았는데 2017년 9월 1일, 육지에 있을 때 초안을 만들어 두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주하기 1년 전. 작곡의 아주 기본인 전주와 본주 16마디를 만들어 둔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여보, 당신 제주의 노래를 하나 만들어 봐. 우리 그래야 되는거 아닌가?”

제주도로 이주한 후에 예진이가 종종 했던 권유인데 나는 그냥,

“글쎄… 나도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마치  숙제를 미루고 있다가 엄마한테 재촉당하는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2년이 흘렀다. 

작곡 초안 2017.

새별오름 답사_2019년 중순

이주한지 겨우 1년 지난 상태고 새별오름을 가 본 적도 없어서 현장 분위기를 몰랐으며, 우린 아직 어떤 현장에 ,어떻게 촬영을 해야 하는지의 기본 틀 조차 잡히지 않은 그냥 순진한 바보부부…

어쨌건 일단 새별오름 현장을 가봤다. 그러나 웅대하고 멋있긴 한데 문제는 ‘관광객이 많아서 촬영이 힘들고, 오름 위에서 노래를 촬영했다하더라도 오름의 웅대한 자태가 촬영되지는 않는다는 점’. 단순 관광과 촬영은 그 점이 다르다.  그날은 그냥 사진만 몇 장을 찍고 돌아왔다.

새별오름, 억새풀
새벽오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곡의 완성_2019년 11월 초순

겨울이 다가올 무렵 곡을 완성하고 노래를 녹음한 후, ‘이걸 우째 쓸꼬?’ 고민을 하다가 우선 제주의 멋진 풍광을 타임랩스(시간의 변화를 빠르게 보여주는 영상)로 찍어 보기로 했다. 광치기해안과 당오름의 멋진 구름, 오조포구의 붉은 노을, 지미봉의 여명…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음악을 넣고서 예진이에게 보여줬더니만,

“와우, 엄청나네? 제주도가 빛을 발해! 빨리 뮤비 찍어야겠어!”

우리끼리 감동을 하고서는 설레이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에겐 기획이 필요했는데 대체 노래를 어디서 불러야 하고, 어떻게 불러야 하고, 장소는 어디로 해야하고, 점점 추운 겨울은 다가오고…. 일단 장소를 선택하고 답사하면서 다른 기획들을 채워가기로 했다.

금악리 언덕, 노래 컨셉_2019년 11월 중순

“예진, 여기 어떻겠어? 여기서 찍으면 우리 뒷 배경에 새별오름이 고스란히 보이니까 좋지 않을까?”

지도를 보면서 예진에게 이야기해 보았다. 그해 10월 11월 초순에 우리는 구노 아베마리아, 라칼리파 등을 촬영하면서 우연히 발견했던 금악리 언덕. 최근에 봤을 때는 목초들을 모두 벌초되어서 볼품이 없기는 하지만 새별오름을 멋지게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그 곳을 방문을 하고나서 결정!

“근데 노래는 어떻게 부르지?”

“예진, 태극권을 시도해보면 어때? 이 음악의 웅장함과 어울릴 듯한데?”

예진이는 지난 세월, 나름 태극권을 다년간 열심히 수련했던 여인이었으니.

“그리고 노래에 들어 있는 북소리도 우리가 연주하면 어떨까?” 

애조로 옆의 금악리 언덕

소품, 난타북과 개량 한복_2019년 11월 하순

“여보세요, 거기 xx읍 사무소죠? 거기 민속 난타북 문화수업도 하던데, 저희가 북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비록 거기 읍민은 아니지만, 제주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음악영상을 촬영하…”

예진이의 사회성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군데 알아 본 후 결국 남원읍 사무소에서 북을 빌릴 수 있도록 예약을 하였으니 (그때의 촬영으로 우리는 영상 속에서 북이 얼마나 아름답게 담겨지는지를 알게 되었고, 2023년에 결국 북을 구입).

이어서 개량한복. 단아한 초록치마와 하얀 저고리를 구입했다. 예진이는 또 의상학과 전공자이자 당시 학과 모델 활동. 내가 볼 때 토실한 골반 덕분에 전통 치마가 잘 어울리는 듯.

그리하여 나는 태극권녀를 믿고서 “다 비켜! 너네 이제 다 죽었어!”의 의기양양한 분위기로 촬영장을 향해 가는데…

첫번째 촬영날_2019년 11월 29일

우리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편이고 또, 제주도가 가로로 긴 섬이라서 동쪽의 우리 집에서 서쪽의 금악리를 가려면 2시간 가량 걸리다보니 첫날은 오후 2시 30분경에 도착을 했다. 위치 잡고 악기 세팅, 촬영 세팅을 하다보니 4시가 가까와 온다. 

겨울이라 해가 짧은데 그것보다 더 힘든건 차가운 바람… 나는 하늘이 주신 뜨거운 남자몸인데다 장비세팅을 하느라 몸에 열이 나지만 예진이는 시작부터 벌벌벌 떨기 시작.

오늘은 북치는 장면만 찍고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촬영은 하루만에 안되’라는 사실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다른 영상촬영에서도 늘 여러 날을 촬영해왔지만, 그래도 그게 잘못된 상태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시절에는.

두번째 촬영날_2019년 12월 3일

두번째 날, 촬영내용이 많아서 좀 일찍 간다고는 했지만 그래봤자 2시 도착.이날도 매서운 바람은 여전했지만 난타북의 거친 동작과 춤 동작이 있어서 예진이가 덜 추워하는 듯 싶었다. 

촬영내용은 어제 모자랐던 난타북 근접씬과 필인 연주분(타악기 8마디, 16마디 끝자락의 거친 변주들) 그리고 춤과 노래를 촬영했다.

특히 타악기 연주의 역동성을 얻으려면 손으로 잡고 찍는 핸드헬드나 짐벌 촬영이 좋은데 우리 두 사람의 셀프 촬영이다보니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바로 ‘여러 앵글의 삼각대 촬영과 그에 대한 짧게 끊는 연속 편집, 그리고 드론씬 추가’. 그래서 이날도 북 연주가 가장 오래 걸렸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음해 여름, 우리는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120cm 슬라이더를 장만했고, 그후로는 우리 두사람의 노래는 이 녀석으로 해결한다)

 

춤 촬영은 내가 짐벌을 잡고 역동적으로 찍을 수 있고, 노래 또한 예진이가 카메라 틸팅/패닝하면 되니까 두 내용은  7~8컷으로 끝났다. 우리의 역대 촬영 작업 중 가장 추웠던 순위 중에 4위 정도였던 듯. 아마도 1위(가파도 텐트 숙박), 2위(영주산 겨울 눈맞이 촬영), 3위(성읍들판 눈맞이 촬영), 4위(이날의 촬영), 5위(May It Be), 6위(G선상의 아리아) 였으리라.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 2019년도의 Song From The Jesu 영상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곡들이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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