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 2022년 11월 (돌문화공원 작품까지).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여러 작업 단계에 걸쳐서 완성이 변모되었다.
2019년 11월 버전
2021년 11월 May It Be 버전 (훗날 영상만 발췌되어 2022년 설문대할망 버전이 된다)
2022년 11월 버전 (돌문화공원을 위한 설문대할망 버전)
이 May It Be 버전 제작 일정
2021년 11월 18일: 백약이 오름 답사 2021년 11월 28일: 다랑쉬 오름 답사 2021년 12월 2일: Vlog 촬영 2021년 12월 3일: 노래 1차(실패), 춤 1차(실패) 2021년 12월 4일: 노래 2차(성공) 2021년 12월 9일: 백약이 분화구(예진, 잠에서 깨어나기), 백약이 들판 (춤2차, 성공) 2021년 12월 10일: 성읍벌판(닌토, 들판 가로지르기), 좌보미오름 아래(예진 달리기)
이 May It Be 버전 제작 일정
2021년 11월 18일: 백약이 오름 답사 2021년 11월 28일: 다랑쉬 오름 답사 2021년 12월 2일: Vlog 촬영 2021년 12월 3일: 노래 1차(실패), 춤 1차(실패) 2021년 12월 4일: 노래 2차(성공) 2021년 12월 9일: 백약이 분화구(예진, 잠에서 깨어나기), 백약이 들판 (춤2차, 성공) 2021년 12월 10일: 성읍벌판(닌토, 들판 가로지르기), 좌보미오름 아래(예진 달리기)
예진이와 함께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오랜만에 ENYA의 이 음악을 듣다가 “이곡 편곡해서 녹음해야겠다. 우리 느낌으로, 새롭게. 그게 2020년 10월이었고, 그때 편곡과 녹음까지 완성해 두었었는데 정작 촬영을 1년이 지나서 하게 된 까닭, 그게 기억이 안난다, 왜 그랬었는지.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이 곡에 한국의 아리랑 리듬을 가미했는데 그 이유는 애국심이나 민족애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그냥 그게 어울려서 였다. 한스짐머의 Now We Are Free(글래디에이터)에는 한국의 자진모리 장단이 있다. 아무 까닭없이.
촬영 컨셉과 주요가사
이곡은 영화음악으로 쓰였던 곡이었고 가사 또한 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신앙적 대상 혹은 사랑을 향한 기도와 구원의 메세지가 전해진다.
May it be when darkness falls your heart will be true 어둠이 내려앉을 때 당신의 마음이 진실되게 하소서
you walk a lonely road 당신은 외로운 길을 걷고있어요
oh! How far you are from home 당신은 고향에서 얼마나 멀리 와있나요.
Mornie utuli(darkness has come) Believe and you will find your way 어둠이 다가올 때 믿는다면 당신은 길을 찾을 거예요
Mornie alantie(darkness has fallen) A promise lives within you now 어둠이 내려앉을 때 약속이 당신 안에 살아있어요
May it be your journey on To light the day 낮을 밝히기 위한 당신의 여행이 계속되게 하소서
When the night is overcome You may rise to find the sun 어둠이 뒤덮일 때 당신은 태양을 찾아 오를 수 있어요
결국 우리는 저 서정적이고 사랑스럽고 경건함 가득한 가사를 따르기 했고, 그로 인하여 결국 위와 같은 닮은 꼴을 탄생시켰다. 즉, 사랑과 신뢰가 결실을 맺어 구원이 이루어지는 서사시. 훗날 이 서사적 구조는 ‘Song From The Jeju 설문대할망’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신화에 그치지 않고, 현실 속 제주 여성들과 육지로부터 소외되었던 제주도의 위상변화를 희망하는 노래가 되었다. 우리는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폭넓게 해석되기를 원했다.
백약이 오름 답사_2021년 11월 18일
인트로 장면으로서 주인공 여인이 어떤 감옥에 갖히고 굴레에 구속된 모습을 담고자 했다. 당연히 쇠로 만든 감옥일 필요는 없었고, 무엇인가에 둘러싸였지만 시각적으로는 매혹적인 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다 문득,
“분화구로 하자!”
제일 처음 떠오른 곳은 다랑쉬의 깊은 분화구였으나 예진이가 매우 매우 싫어했다.
“거긴 너무 높아! 게다가 분화구 안에 들어간다는게 말이나 되? 상당히 깊던데…”
그렇긴 하다… 그래서 백약이 오름을 먼저 찾아가서 분화구 진입로가 있는지 탐색을 하기로 해서, 11월 18일에 분화구로 진입로를 발견했지만 찔레꽃 가시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헤쳐가느라 몹시 고생했다. 분화구에 들어가니 역시나 인적이 없는 곳 답게 목초들이 무성했지만 다행히 중앙에는 부드러운 풀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계절이 11월 중순이라 뱀이나 진드기 걱정이 없다는 점. 해볼만 했다.
분화구 치고는 아담했고, 앉아서 쉴 때 푸른 하늘이 편안하고 아름다왔기에 감옥의 의미를 주기에는 다소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다랑쉬 오름 답사_2021년 11월 28일
당시에 왜 10일이 지난 뒤에 또 다른 장소를 답사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우리들의 촬영 습성을 보면 아마도 좋은 날씨를 기다렸을게다. 특히, 구름이 멋진 날. 그래서 잠시 시간을 내어 다랑쉬 오름을 탐색을 했을텐데 결과는… 예진이가 악몽을 경험하고 말았다.
다랑쉬 오름은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오름 중 하나이기에 분화구 깊이도 위에서 쳐다보던 것과 달리 훨씬 깊었다는 것.
물론 좋은 영상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이 정도는 종종 감수해왔기 때문에 ‘한번만 고생하면 영원토록~ 멋진영상이 남는다’라는 의식이 있는데, 그 의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견됐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구상했던 장면은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분화구 가운데 여인이 쓰러져 있다’인데 하늘에서 너무 오랫동안 내려와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 것. 드론이 내려오다가 음악이 다 끝난 판. 결국 그날 촬영했던 분량은 본 작품에서 몇 초 정도 끼워 넣는 정도로 만족. 다리 근육이 약한 예진이는 지금도 그날을 악몽의 날로 기억하고 있다.
Vlog 촬영_2021년 12월 2일
본 내용을 촬영하기에 앞서 우리의 제작과정에 대한 Vlog 촬영을 먼저 하기로 했다. 음악 스케일이 서사적, 전설적이기 때문에 짧은 가요 뮤비처럼 짧게 촬영할 수는 없고, 여러 날을 나누어서 내용별로 촬영을 해야 했다. (이 글을 적는 지금, 우리가 도대체 몇 일을 촬영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파일 날짜들을 보니까 7일 정도? Vlog 하나만으로도 며칠동안 촬영한 것으로 나온다.)
첫 Vlog의 내용은 ‘등반, 탐방의 재연’ 정도. 가벼운 비가 내렸었고, 이어서 길고 아름다운 무지개의 축복.
그리고 이것은 비밀인데, 이날 몇몇 무거운 장비들을 분화구 안의 목초 안에 은밀히 숨겨두고 왔다. 이슬비가 내릴 수도 있지만 그것을 대비해서 비닐로 꼭~ 감싸 두었다. 다시 방문할 때 무거운 쇠 덩어리들을 메고 높은 곳 까지 올라오는 것도 힘들지만 진입로의 찔레꽃 가시들이 나의 옷가지들을 몹시 성가시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에겐 짐을 덜 수 있는, 용감한(?) 지혜가 필요했다. 또, 다음날 비가 오면 그 만큼 가져갈 사람 또한 오지 않을테니.
노래와 춤, 1차 촬영 _2021년 12월 3일
사실은 1차 촬영은 예정 되었던게 아니고, 아침에 비가 오진 않는 것을 알고서 욕심을 내고 나섰던 것. 촬영지에 늦게 도착했으니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가끔 그런 바보같은 욕심을 내곤 한다.
백약이 오름의 언덕 위에서 하늘을 배경을 노래하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으나 예진이의 춤 장소로서는 좋지 않았다. 춤만 추는 것은 해볼말 하지만 카메라맨의 활동 반경이 충분히 나오질 않는 좁은 길이었다. 좋은 경험, 그리고 멋진 실패….
노래 2차 촬영_ 2021년 12월 4일
어제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욕심을 버리고 오늘은 노래만 촬영하기로 했다. 춤은 다른 장소, 다른 날짜에 촬영하기로. 이곳이 높은 위치이다 보니 무거운 장비들을 들고 올라오느라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그로인해 촬영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자꾸 실감을 못하는 바보부부.
그런 교훈 덕분에 2차 노래 촬영은 올라가자 마자 곧바로 노래만 촬영하여 군더더기 없이 성공.
인트로와 엔딩 씬_2021년 12월 9일
우리는 이틀에 걸친 촬영의 피로를 풀어야 했고, 적당한 날씨, 바람 상태를 기다려했기 때문에 며칠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으니.
촬영용 스토리보드에는 중반에 기재되기는 했으나 이야기상으로는 초반에 해당된다. 굴레에 갇힌 여인의 전설이 시작되는 장면으로서 분화구로 내려오는 드론 촬영에서 시작되었다. 마치 천사가 내려오면서 한 여인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다가 주변을 맴도는 시선으로 시작하여 결국 그녀의 운명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점증적 근접법을 사용했다.
환경 조건에 있어서는 쾌적한 편이었다. 분화구 안이라서 바람이 없으니 덜 추웠고, 관광객의 거동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으며, 때마침 신비한 느낌을 도와주는 엹은 안개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촬영상에 작은 문제점은 첫번째, 미국산 Autel EVO2의 비행능력이 매끄럽지 않았고 피사체 중앙 고정 기능이 DJI보다 떨어진다는 점. 게다가 대낮 영상에서도 노이즈가 낀다. 두번째, 80cm 짜리 알리 Andoer 저렴이 슬라이드가 내 카메라 크기를 감당을 못해서 골치.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고, 지금도 내가 소중하게 아끼는 매혹적인 장면을 얻을 수 있었으며, 나와 예진에게 좋은 공부이기도 했다. 사전 준비되었던 스토리보드와도 상당히 근접한 결과물이 나왔던 예.
춤 2차 촬영_ 2021년 12월 9일
백약이 오름의 정상으로부터 내려와 중간 언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벌판으로 내려갔다. 슬라이드 촬영보다 짐벌 촬영이 마음 편하고 좋은 이유 첫번째, 한번 장착으로 여러 앵글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서 쉽게 많은 분량을 얻을 수 있다. 두번째, 몸은 힘들지만 결과물이 멋있다. 특히, 예진이 춤을 촬영하면 편집을 통해 음악과 잘 어울리는 매혹적인 결과가 나온다. 세번째, 운동이 되어 건강에 좋고, 촬영하는 나도 춤을 추듯 리듬을 탄다.
마지막 여분 촬영_2021년 12월 10일
그 다음날, 좌보미 오름(백약이 오름 옆) 아래 벌판에서 우리는 에필로그(Vlog)의 엔딩 씬을 촬영함으로써 이 작품의 모든 장면을 얻어냈다. 약 한 달에 걸친 촬영이었다는 사실이 지금(2024.3)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촬영은 우리 두 사람을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세상이라는 현실이 갖고 있는 형태의 불완전함과 의미의 가벼움이 우리의 삶을 구차하고 초라하게만드는 것에 비한다면 예술에 대한 몰입과 열정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구원이 아닐까?